2024년 3월 3일 일요일

헛것을 따라다니다



헛것을 따라다니다




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.

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,


내가 바람인데

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

스스로 울 안에 갇혀 산다.


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

이리 기웃 저리 기웃


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

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

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.


내가 나무이고 내가 꽃이고

내가 향기인데


끝내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

헛것을 따라 다니다


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.

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.





- 김형영 -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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